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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서 컵라면 먹었어요

by 기이미언 2024. 7. 18.

새벽에 눈을 떴어요. 시계를 보니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간이더군요. 집안은 조용하고, 창밖은 깜깜한 밤이었어요. 이럴 때면 왠지 모르게 출출함이 느껴져요. 평소엔 아침 식사를 거르는 편인데, 새벽 공기는 왠지 식욕을 자극해요.

 

냉장고를 열어보니 별다른 음식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주방 찬장을 열어보았어요. 거기에는 저의 비상식량, 컵라면이 있었어요. 자주 먹지는 않지만, 이런 때를 위해 항상 몇 개씩 비축해 두는 편이에요.

 

컵라면을 들고 주방으로 갔어요. 전자레인지에서 물을 데우며 뜨거운 물이 가득 찬 주전자를 보니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어요. 컵라면의 뚜껑을 살짝 벗기고, 뜨거운 물을 붓고 나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어요. 그 김이 마치 아침의 서늘함을 덮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몇 분을 기다리며 컵라면이 익기를 기다렸어요. 그 짧은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던지요. 그리고 드디어,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으며 첫 젓가락을 입에 넣었어요. 아, 그 순간의 행복이란! 짭짤하고 뜨거운 국물이 속을 따뜻하게 해주고, 면발은 쫄깃쫄깃하게 씹히며 새벽의 허기를 채워줬어요.

 

이렇게 새벽에 컵라면을 먹으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 시절 밤늦게까지 공부하다 먹던 컵라면, 대학 시절 밤새도록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먹던 컵라면, 그리고 지금 이렇게 새벽에 혼자서 먹는 컵라면까지. 컵라면 하나에 담긴 추억이 참 많아요.

 

새벽에 일어나서 먹는 컵라면은 평소와는 다른 맛이에요. 어둠 속에서 조용히 면을 씹으며, 지나간 시간들을 되새기게 만들어요. 그리고 다시 하루를 시작할 힘을 얻게 해줘요.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것 같아요.